논란의 9억 화장실
가나다qwer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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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5.04.05 12:32
논란의 9억 화장실, 도쿄엔 더한 곳도 많던데요?[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]

최근 대구 수성못 인근에 새로 단장한 공중화장실이 논란이 됐다. 이 화장실은 꽤 우아하다. 전체적으로 원통형인데, 목재 루버(가느다란 부재를 창 등 건물 표면에 빗살처럼 설치한 것)가 그 형체를 감싼다. 낮의 루버는 화장실 안에 은은한 자연광을 들여오고, 밤의 루버는 화장실을 자체 발광하는 오브제로 만든다. 디자인은 스페인 출신 건축가로, 한국에서 다수 프로젝트를 한 다니엘 바예가 맡았다. 이 근사한 화장실이 입길에 오른 건 다름 아닌 비용 때문이었다. 신축도 아니고 리모델링인데, 나랏돈이 9억원이나 투입됐다는 사실에 놀란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. 언론은 수성구가 대구에서는 부촌으로 꼽히는데, 그곳 아파트 한 채 값에 맞먹는다고 했다. 그 문제의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것일 테다: 왜 화장실에 이렇게까지 합니까?
배경이 공중화장실로 같아서 그런지, 이 사건은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<퍼펙트 데이즈>의 대사 한 토막을 떠올리게 했다. 영화의 주인공은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중년 노동자 히라야마인데, 그는 좀 별난 인물이다. 화장실을 쓸고 닦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은지, 치과의사가 어금니 안쪽을 비출 때 쓰는 것 같은 거울을 들고 다니며 변기 안쪽까지 샅샅이 훑어 오물을 제거한다. 호텔 화장실처럼 화장지 끄트머리를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접어놓는 일도 잊지 않는다. 그의 젊은 동료는 이런 그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. 다소 철이 없어 보이는 동료가 어느 날 그에게 묻는다: 이런 일을 왜 그렇게까지 하세요?

수성못 화장실의 건축가나 도쿄 화장실의 청소부나 직면한 질문은 같다. 이런 데, 즉 화장실은 디자인이든 청소든 그렇게 애쓸 필요가 없다는 거다. <퍼펙트 데이즈>에 청소 이야기만 나와서 그렇지, 디자인이라고 할 것 같으면 영화 속 화장실에도 만만찮은 이야깃거리가 있다. 히라야마가 청소하는 화장실은 일반 공중화장실이 아닌, 도쿄 시부야구가 시부야관광협회·일본재단과 협력한 ‘더 도쿄 토일렛’ 프로젝트 차원에서 만든 화장실이다. 17개 화장실을 설치했는데, 한 개당 든 비용이 1억~2억엔(10억~20억원)이라고 알려져 있다. 수성못 화장실 같은 화장실이 시부야구에만 17개나 있는 셈이다. 시부야구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.




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