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람답게 살줄 알았다...
LA다정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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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5.03.31 00:4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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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항해사였다
컨테이너선을 타고 외국 여기저기를 다니던 마도로스
하루에 두번 4시간 씩 당직을 마치면
망망대해 위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세평 남짓한 내 방
밥먹고 당직서고 자고 밥먹고 당직서고 자고
8달 가량 무한반복하다 휴가를 나오면
나는 바보가 돼 있었다
1주일동안은 멍하니 티비만 보며
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했다
그렇게 두달 가량 세상에 물 들어 갈 쯤
다시 승선, 8개월 후엔 다시 바보
이것도 어릴적에나 가능했지
나이가 들고 친구들이 하나 둘
가정을 꾸리고 직급이 생기고 어른이 되면서
자연스레 대화 주제가 바뀌어 갔지만
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젠 식상 해 져 버린
바다 이야기, 배 이야기 오직 낭만원툴로 살아가는 이야기
친구 가족들과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
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 못했다
더 이상 있다가는 영혼이 영원히 바다에 묶일 것 같아
육상으로 도망쳐 나왔다
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독립
쉬는 날이면 여행을 가고
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고
여유롭게 여가를 즐길 줄 알았지
반토막 난 월급과
들숨에 한 번 날숨에 한 번 더블로 빠져 나가는 돈
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향 살이
노는 것도 놀아 본 사람이 하는 거더라
3평 남짓하던 방이 조금 더 넓은 자취방으로 바꼈을 뿐
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

